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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1)- 사전으로 어휘 공부하기

6. 공부 방법론/공부 방법론

by Andrea. 2020. 4. 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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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3년 째 해에 들어서며 전공 공부든 일상 생활이든 가장 큰 한계는 어휘 부족이다. 문법을 머리로는 일년이 지날 즈음 대부분 알게 되고 그 외의 말하고 쓰고 하는 응용이라는 분야에서의 숙달 정도가 남는데 시간과의 싸움이다. 내가 이 시점에서 가장 큰 한계. 여기서 한계라고 하면 이탈리아에서 일반 지식인(한국으로 치면 4년재 대학생 수준의 어휘 구사를 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장벽이다. 그들과 대화를 할 때면 크게 다음과 같은 경우의 문제가 있다.

1. 내 전공분야 밖의 주제에 대한 대화: 거의 이해 불가, 당연히 꿀먹은 벙어리가 됨

2. 변칙, 예외, 관용적 표현 등: 이해불가를 넘어서 뜻을 잘못 이해하기도 함

3. 방언, 사투리 발음

3번은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인으로 살더라도 10년을 살더라도 극복이 어려운 장벽이라 생각한다. 토스카나 방언은 그나마 났지만(한국으로 치면 부산사투리) 완전 이탈리아 남쪽 지역 방언과 그들의 발음(한국으로 치면 제주도 방언)은 일부러 그 쪽을 공부 하지 않는한 살면서 자연스럽게 늘릴 수 없는 감히 불가침?영역이다.

 

2번은 일단 보류.

 

1번 경우를 분석해보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휘의 한계. 건축 얘기를 할 경우에는 왠만해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주제로 대화가 옮겨갈 경우 이탈리아 친구들과 대화가 단절 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이탈리아 친구들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자. 그들이 A라는 음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하자. A라는 단어를 나는 모른다. 그들이 A라는 소스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A라는 식당이 맛있는지를 말하고 있는지, A라는 메뉴가 있는건지 전혀 파악 불가이다. 그나마 대화 수준이 낮으면 앞뒤 문맥을 살펴 'A라는 소스에 대해 말하고 있구나!'라고 캐취해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 A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늘 고민하지만 어제 문득 든 생각을 포스팅해 본다. 물론 이 방법은 필자가 시도해보고 검증해보지 않은 방법이다.

 

오래 전에 민족사관고 학생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학생들이 단어 공부를 하는데 사전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아주 두꺼운 외국어 사전 말이다. 그것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당시에 메타인지, 사고기억 방법, 뇌 관련 정보들을 잘 모르고 있던 터라 저건 무식한 공부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외국어 사전에는 실제로 일상 생활에서, 대학 생활에서 박사논문에서도 쓰이지 않는 단어가 수두룩하게 실려 있지 않은가?

 

이 다큐를 보았던 시점이 내가 고등학교 학생 즈음 이였다. 그리고 군대에서 줄곳 학습법, 암기법, 뇌과학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책을 보기 시작했으니 지금 시점에서 저 민사고 학생들의 방법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내가 외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것이다. 오늘 점심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A라는 주제에 대해 잠깐 수다를 떨었는데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 머리 속에 눈 앞의 이 이탈리아어 사전이 통째로 머리 속에 입력 되어 있다면 이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단어의 뜻을 알고 있으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단어라는 것이 용법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말이나 글로 써먹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겠지만.

 

현재 이태리어-한국어 사전은 많지가 않다. 두개 정도나 시판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나마 수 십년 째 한국 외국어 대학교에서 일본판을 가져다 번역한 것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 가장 많이 보는 사전이니 이것을 가지고 얘기를 하겠다.

잠깐 하나 이야기가 빠졌는데 전제가 하나가 필요하다. 메타암기, 사고기억, 양면매개법 등의 암기 원리를 사용하여 공부한다는 가정하에 사전으로 어휘 공부하는 방법이 비로소 가능한 방법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보다 나은 암기 법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자의 개인 상황을 더 정확히 기술하자면,

 

1. 중학교 때부터 다져진 한국의 입시 영어공부 덕에 영어랑 비슷한 이태리어의 왠만한 어미들은 어느정도 알고 있고 금방 유추가 가능하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2. 대학교 때 영어공부를 최재봉 선생님의 애로우 잉글리쉬로 했는데 그 분이 연구하신 각 알파벳 표음 문자들의 발음이 뜻과의 관련 관계에 대한( 예를 들어 b라는 발음은 발음도 '브'라고 하면서 터지는 발음이다. 게다가 b 혹은 B은 상형문자처럼 무언가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두가지를 생각하면서 b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주욱 살펴보면 뜻들이 전부 무언가 터지는, 바람이 부는, 공기가 나오는, 폭탄이 터지는 등의 뜻들이 많다. 이것들은 우연히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영어의 어원적 의미에 대한 연구) 학습이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가장 많이 보는 이태리어 사전이다. 총 대략 1700 페이지 정도 된다. 그리고 한 페이지당 평균 40개의 단어가 있다. essere 같은 단어는 이 단어 하나만 두세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데 이런 경우도 있어 평균이라는 말을 썼다. 즉 이 사전에는 약 68,000 개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분명 그중에 3분의 1은 이탈리아인들도 쓰지 않는, 쓸 일이 없는 단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 없이 추측해본다.

 

근데 사전으로 어휘 공부를 하면 이렇게 안쓰이는 단어 까지 외워야 하니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억에는 암기기억과 사고 기억이 있는데(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안하겠다) 사고기억을 알고 있다면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전을 보면 이탈리아어 단어가 있고 한글 뜻이 있다. 한글 뜻을 보고 'cerreta 떡갈나무숲' 처럼 불필요한 단어이면 암기하지 않으면 된다.

 

이것은 국내에 나와있는 토익, 토플, gre 등의 영어 공부를 위한 단어암기책 중 가장 많이 보면서도 가장 어휘수가 많은 수험서로 알고 있다. 메타암기 전문가인 오리쌤(다음 블로그 필명)이라는 분은 이 책을 하루에 두시간 반씩 공부하여 한달 반만에 완전히 암기했으니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은 몇달이 걸릴 것이다. 몇 년 까지도. 이 사례와 비교해 이탈리아사전의 68,000 단어 중 반만 치더라도 30,000의 단어를 1년만 투자하면 이탈리아 일반인과 대화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발상을 해보았다.

 

2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다. 사전으로 어휘를 공부하면 장점이 하나 있는데 사전은 단어의 알파벳 배열 순으로 구성된 책이다. 즉 co- 라는 어미로 시작하는 단어 수십개가 함꼐 인쇄되었 있으니 자연스럽게 보면서 어미들의 각 의미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후반부로 갈 수도 암기 속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 본다.

 

다른 한가지는 사전을 가지고 공부할 경우 하루는 a로 시작하는 부분을 공부했으면 다음 번에는 b로 시작하는 부분을 공부하는 식으로 공부해야 초반에 골고루 단어를 습득하게 될 것이다.

 

어제 밤에 문득 든생각을 기상하자마자 대충 적어보았다. 1,700 페이지이니 하루에 한 장씩만 암기 했더라도 2년 반이면 된다는 계산이 된다. 이 방법을 2년 전에 알았더라면 지금 이탈리아 일반인들과의 대화에 문제가 없었을까? 괜한 궁금증을 가져본다.

 

번외!

 

밀라노공대를 다니면서 크로아티아 친구, 브라질 친구, 이스라엘 친구 등 몇몇의 외국인 친구들을 일년간 친구로 지내며 관찰해 보았다. 브라질은 포르투갈 어를 쓰고 크로아티아도 란티어 계열의 언어와 비슷하므로 이 친구들은 1년만 지났는데 이탈리아 친구들과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

 

반면, 이스라엘 친구의 경우는 아랍어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이태리어를 습득하는 상황이 한국어가 모국어인 필자와 같은 경우이다. 그럼 이 친구는 어떠한가? 현재 이 친구를 6개월 이상 관찰 해보았는데 이탈리아 일반 지식인과의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이탈리아인인 내 여자친구와 가끔 만나서 여러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데 헤어지고 나서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면 이 이스라엘 친구(외모가 이탈리아 사람과 비슷하다)가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 였다.

 

이 이스라엘 친구는 현재 이탈리아 생활이 5년 차가 된다. 그 친구는 이곳에서 학부를 다녔고 현재 필자와 석사에 다니고 있다. 즉 그의 5년간 생활은 일반 유학생들의 생활 패턴을 가졌을 터인데 일반 유학생이 하루에 얼마나 새로운 이탈리아 사람을 만날 것이며, 얼마나 새로운 단어를 듣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것이냐 등을 생각해 보자.

 

물론 정확한 수치적인 근거는 없지만 일반 유학생이 하루에 새롭게 접하는 단어가 10개 그리고 매일 밤 원서를 읽었다고 치면 적어도 20개.

즉 하루에 평균 20~30개 정도의 새로운 이탈리아 단어를 접했을 것이다.

 

평균 20개 단어라고 잡고 20 x 365일 x 5년 = 36500 의 단어량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현재 이 이스라엘 친구가 아랍어와는 전혀 다른 언어인 이태리어를 그 어떤 주제로 이태리인들과 대화를 해도 모르는 단어가 대화에서 안나오는 상태가 되는 시점까지 5년이 걸렸다. 이 점과 MD 보카 33000 이라는 책의 33000 이라는 수치와 이태리어 사전의 68000 개의 단어릐 절반이라는 수치들이 얼추 비슷한 것은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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