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5.12.2
어제 비중있는 프레젠티이션이 있었다. 한달간 준비하고 마침내 어제 발표를 했다. 1900년대 초부터 2차 대전 전후로 유럽 건축복원학의 이론적 배경 변화와 추이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그에 해당하는 복원 프로젝트 예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것이였다.
크게 3가지 단계 였다.
1.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 2. 정리하고 책으로 만들어 제출할 것, 3. 발표
외국인들에게 이런 류의 과제는 정말 어렵다. 다행히 조별 과제여서 1,2, 단계는 분업 하에 한달간 진행을 하고 3번을 준비하는게 문제였다. 두당 하나씩 예시 프로젝트를 맡아 앞에 나가 PT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건축프로젝트 관련해서는 필자가 어휘나 문자 표현력이 가능해서 잘 해왔지만 새로운 분야인 복원학은 미지의 세계이다. 건축 복원학 분야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상당히 일반 건축 프로젝트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들과 다른 것이 많다. 그래서 몸에 익혀 있지 않은 단어들을 가지고 막힘없이 문장으로 구성해 발표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충분치 않았으므로 필자에게 남은 대안은 말할 것을 작성하여 보면서 발표를 하는 것이다.
스크리트를 써서 가져가 읽는다는 것은 PT에서 가장 피해야할 자세이다. 그리고 학창시절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던 행위였다. 하지만 외국어로 하자니 방법이 없었다.
필자는 스크리트를 준비하고 최대한 준비해서 몇가지 파트가 자연스럽게 외워지면 발표를 하면 자연스럽게 눈을 스크리트에서 떼고 제스쳐도 취하며 슬라이드에 눈길을 두며 최대한 손에 스크리트는 있지만 즉석에서 말하는 것처럼 발표를 하려는 심산이였다.
고난의 스크리트 작성이 끝나고 한 슬라이드당 2분 이하로 pt를 하기 위해 초시계를 재며 적당한 성량으로 연습을 했다.
하지만 걱정 사항이 하나 있다. 2년간 학교 생활을 하며 분명히 쉬운 문장을 얘기했는데도 교수님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동안 이 문제도 고민을 해왔는데 결론은 이탈리아어에도 억양, 리듬이 있다는 것이다. 영어에 있는 억양 말이다. 문장의 리듬. 각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엑센트와는 다른 것이다. 이 리듬을 이상하게 하면 현지인들이 잘 이해를 못했다.
이탈리아는 각 도시마다 억양이나 리듬이 너무 달라 2년간 여기저기서 주어들으며 익힌 필자의 억양은 그야말로 엉터리 억양이 되어버려 상대방들은 내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 여자친구와 몇번을 분석을 했다.
예를들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높낮이 없이 '안녕하세요!'를 말하건 운율을 주어 '안녕~하세요'를 하든 똑같은 안영하세요인데 왜 알아듣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이탈리아어에도 이 억양 문장의 리듬이라는게 있다. 문제는 이것을 글로 포스팅할 경우 표현할 길이 없다) 넘어가기로 하고. 이것은 먼저 문단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다음은 각각의 긴 문장들을 어느 문장이 틀이 되는 '상위 문장'이고 어느 문장이 그 안에 '하위 문장'으로 있는 것인지 문장 구조를 이해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하위 문장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리듬이 마치 마무리되는 느낌으로 흘러가고 곧바고 이어서 새로운 문장이 시작할 때는 새로운 리듬으로 읽어야 했다. 평소에 건축분야 책을 읽을 시에도 너무 문장이 길거나 문장 구조가 복잡하면 무엇이 주어고 뭘 말하는 건지 놓치는 경우가 많은 필자에겐 또다른 장벽인 셈이였다.
퇴근해 지친 여자친구에게 미안하지만 한 단락을 읽어달라 부탁하고 녹음을 해 들어보고 체득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그 리듬이 표준어 리듬에 너무 가까워 필자가 그 리듬을 따라하기에는 뚜렷하게 들리지 않았다. 좀 오버를 해서라도 강조를 하면서 발음해달라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수십년의 습관이 한번에 바뀌랴.
이 방법은 포기하고 곧바로 문장을 분석하고 구조도를 간단히 그렸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며 얻은 억양 원리들을 적용해서 읽어보니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며칠 특수훈련을 받고 그나마 이탈리아 사람들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리듬을 실어 읽는 수준이 되었다.
마침내 당일이였던 어제, 아무리 연습을 했더라도 분명 무언가를 읽는 자와 즉석에서 만들어 대화하듯 발표하는 자 사이에 청중들의 집중력에는 차이가 있으리라.
작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4시간 넘는 발표가 계속될 것이라 최대한 이른 순서에 하자는 것이였다. 그래서 일부러 2번 째 순서로 발표를 했고 성공적이 였다.
작은 것들이지만 사소한 문제들도 있었다.
필자에게 주어진 것은 20분, 그리고 8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였다. 몇번의 작은 실수는 잘 넘어갔고 손에 스크리트를 들고 있었지만 '넘기는' 행위는 자칫 청중들에게 '읽는다'는 인식을 더 의식하게 할 수 있으므로 일부러 스크리트의 줄간격과 글자 크기를 조절해 2페이지로 만들어서 노트에 붙였다.
그래서 넘기는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많은 양을 2페이지에 넣다보니 글씨가 작아질대로 작아졌다. 더군다나 그날 교실에서 프로젝터를 두렷히 보기 위해 불을 소등한 것이다. 잘 안보인다고 노트를 얼굴 가까이에 갔다대면 우려하던 '읽는다'가 되버릴 것이다. 적절한 위치를 잡아 뒤에서 새어나오는 슬라이드 불빛을 받아 자연스럽게 발표를 진행했다.
이런 행위는 오히려 슬라이드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발표하는 현지 이탈리아 학생들보다 슬라이드 가까이서 일일히 사진이나 건물 부위를 짚어가며 발표한 필자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보였던 것 같다.
아무튼 이탈리아인들은 누군가가 무엇을 읽을 때 어설픈 리듬, 억양을 사용하면 내용전달에 에러가 많이 난다는 것. 문장구조를 다루는 문법을 이탈리아어로 'stassi' 혹은 'analisi logica' 등으로 부른다. 주말에 서점에 가서 살펴보고 한권이라도 사서 당장 훈련을 하려고 한다.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어의 연결어(I connettivi) 요약 (0) | 2020.04.28 |
---|---|
[이탈리아어] 보네타가 써준 이탈리아어 필기체 (2) | 2020.04.28 |
[이탈리아 유학] 밀라노공대 입시 전형에 대한 당부 (0) | 2020.04.28 |
[이탈리아어] 왜 나는 이탈리아어가 들리지 않는가? :수업 녹음과 친구 실험 (1) | 2020.04.27 |
[이탈리아어] 외국어 회화(대화체, 문어체) 실력 끌어올리기 팁-2: 네이버 웹툰을 이탈리아어로 읽자! (0) | 2020.04.21 |
[이탈리아어] 조건법 (2) | 2020.04.21 |
이탈리아 행정시스템과 스트레스 (0) | 2020.04.21 |
[이탈리아어] 외국어 회화(대화체, 문어체) 실력 끌어올리기 팁-1 (1) | 2020.04.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