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4
핸드폰에 오래된 사진을 삭제하다 나의 핸드폰에 찍힌 이탈리아 학생들의 몇몇 평면들이 있었다. 푸줏간에 오래 묵혀놓고 깜빡해서 버릴뻔한 고기? 랄까 휴지통에 버렸다가...그냥 버리기에는 조금 아까워 간단한 시리즈를 준비해보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조만 남고 나머지가 모두 삭제된 평면을 가지고 이탈리아 학생들(3년 학사 코스를 마친 학생들)이 각자가 알아서 주거목적의 건물로 평/입단면을 짜와야 했다. 마음껏 주변상황을 특수하게 설정해도 좋고 자유롭게 짜도록 했다. 당시 이탈리아 학생들은 주어진 구조평면을 보고 누구 설계한 건물인지, 무슨 건물인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해보였다. 내 기억으로는 주어진 도면은 미스나 꼬르뷔제 같은 건축가들 평면부터 이탈리아의 이름없는 건축가의 건물들 평면 까지 다양했다.
남은 것은 몇장의 사진밖에 없는데 몇가지 코멘트를 곁들어 포스팅을 꾸며보려고 한다.
첫 평면이다. 구조는 철골구조이고, 층수는 25층 가량이다.
왼쪽은 메인층 평면, 오른쪽은 구조체이다.
구조 밖에 남아있지 않은 도면이지만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고층건물에 철골이므로 두 기둥 사이의 경간(두 기둥 사이의 거리)은 분명 특정한 이유에서 나온 수치일 것이다. 그것은 건물의 용도에 의한 법규 상 규정된 최소한의 수치일 수도 있고, 건설 당시 가장 구조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수치여서 일 수도 있으며, 지하주차장을 고려해서 나온 수치 일수도 있다.
이것을 주거용 건물로 짜야하니 분명 중간에 하나의 코어만 있는 이상 각 거주세대로 접근하기 위한 복도가 필수적으로 놓여야 할 운명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 학생을 보니 한 층에 5개의 세대를 구성했다. 하나의 투룸 세대, 두개의 쓰리룸 세대, 2개의 파이브룸 세대를 구성했다. 이탈리아 법규상 원룸 최소 면적은 35 미터제곱, 투룸은 최소 45 미터제곱 등의 법규부터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 사이 거리, 방화구역 등등 이런 문제들은 문제 없는지도 검토가 되야하겠지만 이런 문제는 충족했다는 전제를 하기로 하자.
가장 큰 문제는 세대구성에 대한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우선 파이브룸이 두개나 들어가서 한층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게 문제가 될 것이다. 1,2인 위주의 새대 위조로 흘러가는 조류인데 아마 이런 고층 주거건물을 설계하면서 이런 구성은 보기 힘들 것이다.
어쨌든 이탈리아 같은 서양에서는 복도로 각 방들이 연결되는 문화로 인해 한국에 비해 방의 수가 많다. 게다가 이탈리아 문화에서는 식사를 하는 장소와 요리하는 장소를 구분 하는 문화가 있어 더욱 방의 수는 늘어난다.
방의 수가 늘어나면서 세대수에 따른 필요 화장실 수가 당연히 늘어났고, 화장실이 3개나 들어가 버렸다. 그러면서 화장실의 위치부터 모든게 이상해졌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오른편에 있는 화장실 위치가 문제이다. 입구에 딱 화장실이 놓인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90도 틀어서 정문을 놓자니 집에 들어서자 마자 거실을 통해 열린 뷰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조리대부터 마주하게 생겼다.
그래도 주간 영역과 야간 영역을 분명히 구분하고, 야간 영역을 최대한 공공영역과 멀리하면서 복도라는 매개공간을 두어 분리하려고 애쓴 점, 공공영역(거실, 식사실)이 그 크기에서부터 침실들과 구분되어 인식되어 지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거실을 마주하며 이 집의 가장 중요한 장소에서 부분과 전체를 인식하게 짠 점등의 기본적인 것은 잘 지켜졌다.
부수적으로 현재 3개 화장실 모두에서 샤워가 가능한 것을 정식 화장실은 2개로 하고, 추가 화장실은 서브 욕실로 바꾸고, 그중 하나는 욕조를 주는게 낫겠다. 또한 식사실에 6좌석용 테이블 놓다보니 부엌에 4인용이 들어갔다. 세대수에 맞게 손님 맞이용 식사실의 테이블을 더 크게 주고 자연스럽게 부엌의 테이블로 큰 것을 줄 수 있었겠다.
안방 모서리를 복도가 깍아먹으면서 이상한 방이 되었다. 거실에서 복도로 진입하면 끝에가서 두 개의 방을 위한 출입구를 놓아야하는 하는 문제로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나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두개의 화장실을 균등히 놓을게 아니라 한개 욕실은 안방의 서브 욕실로 주면서 평면을 정리했다면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그외 몇가지 잔 문제들이 보이지만 이 정도만 짚고 넘어가면 될 듯하다.
(참고사항: 이탈리아에서는 비대문화가 한국과 달라 두개의 변기를 두어야하는데 하나는 용변용 변기이고, 다른 하나는 비대이다. 그리고 법규상 60 제곱미터 이하의 면적이 아닌 주거라면 무조건 하나 이상의 화장실이 외기에 면해야 한다.)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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