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30
다산의 삼근계: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
다산 정약용은 18년에 달했던 강진 유배 시절 수많은 제자를 키웠지만 딱히 문하생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 깐깐한 스승이어서 대부분 견디기 힘들어 했고 인맥을 활용해 출세해보려 왔다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걸 알고
창 들고 방에 들어와 난동을 부린 사람까지 있다 하니 참 기가 막힌 일이지요.
다산이 주막 한켠에 초라하게 연 서당에 중년 남자가 한 아이를 앞세우고 옵니다.
동네 아전이었던 그 중년이 거듭 조아리며 맡기고 간 아이를 며칠 겪어본 다산은 그 아이가 예사롭지 않은 중심을 가졌다는 것을 눈치 채고 열심히 공부를 계속할 것을 권합니다.
열다섯 살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스승에게 속내를 털어놓지요.
"저는 글을 읽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제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막혔고 융통성이 없는데 그래도 문사를 닦을 수 있을까요?"
이에 스승은 다정하게 답합니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흔한 병통이 세 가지 있다. 외우는데 빨라 매사에 소홀하며 재주로 글을 지어 글이 들뜨고 빨리 깨달아 결이 거칠다. 네가 둔하고 막히고 답답하기에 내가 글공부를 권하는 것이다.
둔탁한 끝으로는 처음에 뚫기 어렵지만 한 번 뚫리면 막힘이 없고갇혔던 봇물이 한 번 터지면 흐름이 장대해지며 답답함을 이기고 연마하면 더욱더 빛이 나는 법이다.
뚫는 것은 어떻게 하나?부지런히 해야 한다.
틔우는 것은?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역시 부지런히 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마음을 확고히 다잡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부지런히 해야 한다.
다산의 이 면학문을 삼근계라 부르며 평생 보듬고 산 이 소년은 후에 추사 김정희.초의 선사 등 당대의 명사들이 우러러보는 시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산 정약용 이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황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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