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19
영어로 꿈을 꾼다는 것은 영어를 잘 한다는 것? 인가하는 얘기를 본인의 경우에 비추어 본다면 이탈리아어로 꿈을 꾼다는 것은 이탈리아어를 잘 한다는 것인가?라는 말이 되는데
본인의 대답은 No 이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유학을 하며 늘 가졌던 생각인데 때마침 엊그제 이탈리아어로 악몽을 꿨다. 깨어난 후 놀란 가슴을 달래고 포스트 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에 이슈가 되었던 000 영어의 대표 홍보 문구가 '영어로 꿈꾸는 날까지' 이런 문구 비슷한 게 있었다.
본인은 이탈리아어로 심심치 않게 꿈을 꾼다. 하지만 단연코 본인은 이탈리아어를 잘하지 못한다. 괜한 겸손 떠는 얘기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보며 확신한다.
우선 본인이 평생 살아오며 특히나 언어와 관련해서 부족함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늘 유일하게 본인을 괴롭히던 영역이 언어영역이었다.
본인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늘 언어영역 1등급 한번 받아보는게 소원이였다. 그러나 2등급이 본인이 받아본 최상의 등급이였다. 출제 영역이 거의 정해진 고전 문학 영역은 나올게 뻔해 잘 틀리지 않았다. 늘 괴롭히던 영역은 비문학 영역이였다.
수능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을 보면 예를 들어 설명문의 경우 여러 단락이 실린다. 지문에 딸린 서너 개의 문제를 파악하고 긴 지문을 읽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한 단락을 읽고 그 단락을 이해했다면 그 단락이 결국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한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무슨 얘기를 한 단락인지 한두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본인은 늘 읽은 단락이 결국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간단한 블로그의 포스팅에도 단락별로 나누어 글쓰기가 매끈하지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한 단락을 읽고 다음 단락을 읽고 또 다음 단락을 읽다보면 글 전체가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전체 구성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또다시 좌절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도에서 상경한 친구들 중 두 명이 각각 행정고시와 외무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함께 고등학교를 지낸 친구였는데 가끔 고시촌에서 만나 서로의 고달픔을 달래주곤 했다.
그런데 그 시절 하지 말았어야 할 짓을 하고 만다. 아마 고시 기출 문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예를들어 외무고시만 보아도 언어논리 영역 문제들을 보면 수능 언어 영역과는 비교 불가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늘 언어에 대한 한이 있었던 본인은 오기가 생겨 친구들 책상에 놓인 언어 논리 문제들 테스트를 해보곤 했다. 그런데 10개 중 하나 맞추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맞춘 것도 왜 그게 답인지, 다른 보기들은 왜 답이 아닌지 이해가 버거운게 아닌가. 실로 충격을 받았었다.
본인은 나 자신을 너무 잘 안다. 분명 본인의 이탈리아 실력은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이탈리아어로 된 건축 서적을 읽는데는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작문, 회화에는분명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본인의 3년 동안의 유학 생활 패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거의 쓴 적이 없다시피 지냈다. 3년 동안 본인은 건축과 학우들과 의 건축에 관한 대화, 이탈리아인 여자친구와의 생활 대화, 이탈리아 건축 서적 독해 이렇게 3가지로 한정된다.
그 세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그 외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 본인이 이탈리아어로 꿈을 꾼다. 이탈리아어로 꿈을 꾼지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가끔 꿈을 꿀 때면 거의 이탈리아어로 꿈을 꾼다.
결국 꿈은 현실에서 보고 들은 경험 및 정보들의 재결합일 뿐이다. 즉 서두에서 말한 영어로 꿈을 꾸면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절대 진리가 아니다. 꿈은 꿈일 뿐 언어 실력을 증명하는 척도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언어 능력이 부족해도 외국어로 꿈을 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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