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9 - 20
2018년 7월 19일.
떨리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
그녀와 함께 아침을 나서 런던의 지하철을 타는 첫 출근길.
취업 준비생으로 출근 시간에 도서관을 향할 때 늘 마주하던 아침 출근 인파들 속.
이 날 아침의 설레는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중학교 때부터 건축가의 꿈을 꾼지 언 17년 처음으로 프로로서 행보의 시작. 출근길에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한 발자국 한발자국 내딛는 느낌이였다.
오전은 간단한 서류 제출 등 행정적인 처리가 이루어졌고, 컴퓨터 시스템 소개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속성으로 주입되었다. 이 날 설명 중 모든 작업 자료들이 서버에 어떻게 저장되고 어떻게 관리되고, 어떻게 세팅 업을 해야하는지 등의 설명은 영어가 외계어처럼 들렸다.
점심 이후 금주 2일 간 내가 할 일이 주어졌다. 매우 간단한 작업이였다. 내 사수 Jan이 자료를 보여주며 간단히 프로젝트 소개를 해주었다.
런던의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한 동네의 메인 길가의 오래된 건물의 증축 관련한 사업성 검토 단계의 프로젝트였다. 건축주에게 사업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한 보고서 자료가 완성 중인데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3d 볼륨 시뮬레이션 작업이였다.
작업은 간단히 해당 건물과 증축되는 볼륨의 간단한 디테일 작업 그리고 주변부 건물의 디테일 등을 Sketchup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3D그래픽 작업을 하는 것이였다.
첫 작업은 분명 대학교 1학년 수준의 작업이였지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본인은 Revit이라는 건축 전문 프로그램만 이용해온지 언 10년, Sketchup이라는 프로그램은 학부시절 신입생 때 이용해본 것이 마지막이였기 때문이다.
눈 앞에 9년 만에 마주한 SketchUp 프로그램 화면...간단한 정육면체를 만드는 데에도 명령을 찾아 헤매다 몇 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 보고서를 만드는 단계는 설계 사무소가 설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선행 단계로써,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러프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건축주의 마음?을 열게 하여 투자하도록 하는 단계이다.
건축가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가 지어질지를 보여주는 단계이다. 이 이후 건축주가 투자를 결정하고, 건축가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게 되면 그때부터 실제로 설계비를 받으며 건축가는 설계를 시작하게 된다.
독일의 이마트격인 Lidl(리들)이라는 마트 브랜드가 건축주인데 이 지역 마트지점을 전면 개조하고, 건물의 중정에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작은 휴식 공간, 지붕 위로는 오피스로 사용될 한 개층 증축 정도를 손대는 프로젝트이다.
총 3~4층을 개조하는 프로젝트이고, 이어서 화장실 같은 서비스 시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동선을 책임지는 공간들의 개조도 요구되었다.
30분이면 되는 작업인 것을 알면서도 까마득히 잊어버린 프로그램에 대한 친숙성? 덕분에 오후 내내 붙잡고 있었다. 중간에 생기는 무수한 질문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축소 영어 사무소를 쓰기 시작했다.
Jan, did you intend like that?
얀, 이렇게 하라고 했던 것인가요?
옥상 위에 추가되는 볼륨에 대해 창문이 어찌 날지에 대한 간단한 디자인을 알아서 하라고 지시 받았고,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이치에 맞게 이리 저리 벽에 창문과 문을 그려 넣었다.
Sketchup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끝낸 이미지들이 보고서의 마지막 장들에 채워졌다. 둘째 날에는 몇 가지 수정이 이루어지고, Jan은 50 페이지 정도에 걸치는 보고서를 인디자인으로 작업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미 회사의 주어진 틀에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들이 채워져 있었고 80프로는 이미 보고서가 끝나 있었다.
본인이 작업한 이미지들로 보고서의 나머지 20%를 채우고 금요일 저녁 마감을 하였다.
마감이라는 것을 여기서는 issue라고 불렀다. 공식적으로 한 단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마감 때 제출이 되어지는 도면이나 자료는 더이상 수정 불가이다. 이 보고서는 그렇게 마감이 이루어지고 건축주와 건축주가 계약한 부동산 혹은 건축 전문가들이 우리 자료를 보고 검토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들의 주머니를 열지 안열지 말이다.
본인이 첫주에 2일간 참여했던 이 단계를 영국에서는 Feasibility study라고 부르는데 한국말로 하자면 사업성 검토를 위한 청사진 제안서? 정도가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호텔 프로젝트라면 주어진 땅에 얼마나 많은 객실을 넣을 수 있는지 를 따져보는게 관건일 것이다.
첫 주는 오랜만에 마주한 Sketchup 3D 프로그램 때문에 햇병아리 티를 팍팍 냈고, 긴장한 탓에 영어를 듣는 것인지 외계어를 듣는 것인지 모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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